부실 기업에 천억 원…누구를 위한 투자였을까?
최근 KBS 탐사보도를 통해 국내 코스닥 시장의 어두운 이면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한때 '양자기술'을 앞세운 유망주처럼 포장된 상장사 '퀀타피아'에 재벌가 2세가 천억 원 투자 의사를 밝혔고, 이 투자로 주가는 한 달 만에 6배나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좀비 주식', '작전주', '시세조종'이라는 단어가 떠다니며 개미 투자자들의 피눈물이 뒤따랐습니다. 이 글은 그 구조와 흐름을 정리하고, 누가 정말로 피해자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좀비 주식이란 무엇인가…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기업
좀비 기업은 생존 능력을 상실한 채 외부 자금에 의존해 겨우
존재만 유지하는 기업입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지만,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이 상장사를 유지하는 이유는
'신사업 발표' 등 일시적 이슈로 주가 부양 효과를 노리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양자 이미지 센서로 혈당 측정"…유망 신사업? 아니면 미끼?
퀀타피아는 원래 베어링 제조업과 태양광 유지보수 매출이 주력이던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갑자기 양자기술 기반 헬스케어
신사업을 발표하며 이름을 바꾸고 사업 방향도 선회했습니다.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한다는 기술을 홍보했고,
곧이어 천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공시가 등장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주가는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수상한 투자…재벌 2세의 '쩐주' 정체 밝혀져
천억 원 투자자 중 한 명은 모 재벌 그룹 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 모 씨였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투자는 공시로는 드러나지
않았고, 투자 확약서라는 방식으로 조용히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밝혀진 바로는 최 씨는 퀀타피아 외에도
코스닥 상장사 7곳에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두 '좀비 주식'의 조건을 갖춘 기업들이었습니다.
투자자 투자 종목 수 검찰 수사 대상 포함 여부
최 모 씨 | 8개 | 2개 수사 중 |
시세조종 피의자와 투자자…묘하게 겹치는 관계
투자처 중 일부는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 이 모 씨와
직접 연결된 회사들이었습니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최 씨는 이 모 씨 측에서 받은 정보를 통해 전환사채에
투자했고, 이로 인해 약 4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뒀습니다. 전환사채 정보는 사모 방식으로 제공돼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이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몫…무너지는 신뢰
퀀타피아 같은 회사들은 재무 상태가 극히 악화된
'관리 종목' 또는 '거래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뒤늦게
들어간 개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았습니다.
투자금 유입 → 주가 급등 → 소문 확산 → 일반인 매수 →
투자금 철수 → 주가 폭락
이 전형적 흐름 속에서 혜택은 특정 세력에, 피해는 다수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간 것입니다.
"속았다"는 해명, 믿을 수 있을까?
최 씨 측은 "시세조종 계획을 전혀 몰랐고,
정보도 제한적으로 받았다"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십억의 이익을 거뒀고,
투자 발표 자체가 주가 상승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기에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정보 접근 불균형과 불투명한 투자 구조가
정상적 투자 환경을 왜곡시킨 셈입니다.
좀비 주식은 어떻게 재벌을 만났나
이 사안에서 핵심은 '투자'라는 이름으로
부실 기업이 다시 살아나고, 그 부활이 거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거액의 이익을 챙긴다는 점입니다.
공시 시스템은 형식상 요건만 충족하면 책임을 묻지 못하고,
투자자는 외형에 속아 결국 손실을 떠안습니다.
문제는 반복되고 있고, 제도는 여전히 허술합니다.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묻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의 선택은 자유지만, 그 자유가 '허위 정보',
'시세조종', '조작된 기대감' 위에 있다면 그건 사기입니다.
이번 사태는 '재벌 2세', '양자기술', '천억 투자'라는
화려한 외피 뒤에 감춰진 구조적 기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개미 투자자는 또다시 정보에 뒤처진 채 먹잇감이 되었고,
그 사실이 몇 줄의 해명으로 정리되는 현실이 더 잔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