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우울증 급증, 그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 청년들의 우울증 진단자 수가 3배 넘게 늘어나며 사회적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우울증은 청년기 만성질환 1위로 올라섰고, 고용 불안정, 사회적 고립, 과도한 경쟁, 외로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주는 이 현상을 통해,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사회적 대안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반짝이던 내가 사라진 기분이었어요”
32세 에세이 작가 ‘미엘라’는 자신의 프랑스 유학기와 건강한 일상에 대해 글과 그림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지만, 게시물 곳곳에는 우울증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중학교 때의 학교폭력, 대학 시절 부모님의 별세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깊어졌고, 현재도 대인기피증으로 사람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또 다른 29세 여성은 어머니의 암 투병과 대학 시절 겹친 여러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무기력과 자해 충동을 겪으며 일상생활을 포기했던 시기를 고백했습니다.
청년기 우울증 환자 10년 사이 225% 급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4년 11만 명이던 청년 우울증 환자는 2023년 36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우울증은 2020년부터 청년기 만성질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4년엔 5위였던 질환이 불과 몇 년 만에 부동의 1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20~30대의 유병률이 70대와 맞먹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고용과 주거, SNS 비교 문화가 우울 자극
이대서울병원 김선영 교수는 단기 일자리, 플랫폼 노동, 전세난과 같은 불안정한 사회경제 구조가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SNS에서 타인의 ‘좋은 삶’만을 접하다 보면 자기비하와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되고, 현실의 단절된 인간관계가 외로움을 더 증폭시킨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청년들은 과도한 경쟁에 지쳤다”
정신건강의학과 우영섭 원장은 청년기 우울증이 한국 사회의 지나친 경쟁구조와 밀접하다고 말합니다.
성취와 변화에 대한 압박, 어릴 적부터 쌓여온 누적 스트레스, 신체 활동과 사회적 교류의 결핍 등은 청년들의 정신을 고립된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청년 우울증 원인 설명
고용·주거 불안정 | 비정규직, 급등하는 월세 등 경제적 스트레스 |
SNS 비교문화 | 과장된 타인의 삶과의 괴리감 심화 |
사회적 고립 | 오프라인 관계 단절, 외로움 증가 |
성취 압박 | 지속되는 성과 요구, 실패에 대한 공포 |
“외로움은 우울증의 핵심 재료”
단국대학교 배성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입니다.
미엘라 역시 “외로움은 우울증이라는 요리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재료 같다”고 말합니다.
청년기의 인간관계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외로움이 자존감 저하와 심리적 고립감으로 빠르게 이어지기 쉽습니다.
“혼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조기 치료가 정답”
우울증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 치료, 자존감 회복 훈련 등이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 중인 29세 여성은 “상담을 통해 인지 왜곡을 바로잡으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전합니다.
김선영 교수는 “청년기는 빠르게 반응하는 시기이므로 조기 개입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합니다.
“죽지 않기로 선택해 주세요”
우울증을 극복한 미엘라는 꾸준한 약물 치료와 운동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되찾았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다른 29세 여성은 “터널의 끝은 반드시 온다. 죽지 않는 선택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또래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